스스로 밥 먹는 아기, 어떻게 만드나요?

스스로 밥 먹는 아기, 어떻게 만드나요?

얼마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자기가 턱받이 까지 챙겨서 스스로 완밥하는 15개월 아기를 보게 되었다. 이 영상은 '15개월 아기가 이게 가능하다고?' 하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내가 아기에게 식사 교육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오늘은 이미 식사 교육이 제대로 안 된 우리 20개월 아기를 스스로 밥 먹는 아기로 만드는 방법은 있는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

자기주도-식사교육-이미-늦었다면

20개월 아기, 밥 떠 먹이는 엄마

우리 아기는 지금 20개월로, 밥 뱉기, 밥 먹으면서 돌아다니기, 편식하기 등 안 좋은 습관이란 습관은 다 가지고 있다. 덕분에 나는 20개월 아기 따라 다니며 밥 떠 먹이는 엄마가 되었다. 물론 이것은 다 내가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에 누구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저 앞으로는 아이에게 식사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다.

나름의 핑계, 변명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우리 아기의 식사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데에도 나름의 핑계, 혹은 변명이 있다.

첫 번째 변명은, 나는 맨 처음에 아기가 질식할 가능성이 있는 아기가 집어 먹을 수 있는 핑거푸드를 시작할 용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치가 어느 정도 날 때까지 핑거푸드를 주지 않고 죽을 먹였다. 하임리히법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도저히 실천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아기가 음식을 만진 손으로 머리, 식판, 옷을 엉망으로 만들거나, 음식의 대부분을 바닥에 버려도 흐린 눈으로 볼 자신이 없었다. 이 부분은 내가 깔끔한 스타일이 전혀 아닌데도 이럴진대, 성격이 깔끔하신 분들은 더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나는 기본적으로 아기도 나름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기도 사람인데, 먹기 싫은 것을 강요 당하는 것이 유쾌할 리가 없다. 그래서 큰 문제가 없다면 아기가 싫어하는 음식을 강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물론 영양학적 관점에서 엄마가 검열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 시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스스로 먹으려는 조짐

다행히 엄마의 식사 교육이 훌륭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기는 가끔씩 스스로 먹으려는 조짐을 보인다. 그래서 아기가 밥을 먹을 때는 밥 숟가락이 두 개이다. 한 개는 아기가 가지고 놀고, 한 개는 엄마가 아기에게 본격적으로 밥을 먹이는 용도이다. 

아기가 스스로 먹으려는 시도는 꾸준히 지속되는 것 같다. 물론 3~4 숟가락 먹고 나면 나에게 먹여 달라고 요구하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 아기는 포기가 빠른 편인 것 같다.

또 좋아하는 음식은 스스로 손으로 집어 먹기도 한다. 하지만 먹으면서 계속 손을 닦아 달라고 하고, 몇 번 먹고 나면 나에게 먹여 달라고 요구한다. 

무조건 스스로 먹는 음식

어느 순간부터 아기에게 무조건 스스로 먹는 음식이 생겼다. 바로 치즈이다. 치즈는 아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 인데, 언젠가 부터 우리 아기는 자기 치즈에 내가 손대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은 비닐 포장만 살짝 벗겨서 치즈를 주면, 스스로 비닐을 싹 벗겨서 나에게 주고, 치즈를 스스로 먹는다.

또 아기가 요거트도 스스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내가 요거트를 먹이다 보면 어느 순간 아기가 숟가락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숟가락질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끝까지 자기가 먹는 것은 힘들어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숟가락 뿐 아니라 요거트 통도 가져가더니 스스로 떠서 끝까지 거의 흘리지도 않고 요거트를 비웠다. 내 입장에서는 아기의 이러한 변화가 놀랍고, 고맙고 기꺼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스스로 밥 먹는 아기 만드는 법

뒤늦게 아기가 밥을 스스로 먹도록 교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자기주도식 식사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 이다. 그냥 나는 옛날 스타일로 키운다는 생각으로 그냥 아기에게 밥을 먹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아기가 스스로 먹으려는 조짐을 보이면, 그것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이다. 아기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떠 먹기 편한 음식을 스스로 먹으려는 경향이 있으니, 그런 메뉴를 많이 만들어 주면 언젠가는 우리 아기도 스스로 밥 먹는 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